글로벌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는 초거대 AI, AI 반도체, 산업별 AI 도입에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AI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 열풍 속에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더 이상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나 서버 호스팅 수단이 아니다. AI 모델의 훈련부터 배포,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이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이뤄진다. 초거대 AI는 수백만 개의 파라미터와 수천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는 환경은 결국 고성능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클라우드는 AI의 토양이며, 빅데이터·IoT·보안 등 디지털 혁신의 모든 분야의 공통 기반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과 정책에서 AI가 중심 무대에 서 있는 동안 클라우드는 백무대에서 조연 역할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AI 투자 예산이 수조 원에 이르는 반면, 클라우드 산업은 아직 간접 투자의 영역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국은 지금 디지털플랫폼정부, AI 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클라우드 인프라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이 모든 기술 혁신은 허공에 뜬 성처럼 부실해질 수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국산 클라우드 산업의 자립과 경쟁력 확보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과제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공공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확대, 보안 인증제도 개선, 산업진흥법 제정 논의 등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전략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클라우드는 기반시설로만 인식되고 있으며 더 큰 정책적 관심과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
AI 기술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 클라우드에 대한 균형 있는 투자와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 기술은 무대 위의 주인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무대를 받쳐주는 인프라가 없다면 어떤 혁신도 오래가지 못한다.
새 정부가 AI 중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만큼 그 근간이 되는 클라우드 산업에도 보다 전략적인 관심과 투자가 병행되길 기대한다. AI 기술의 미래는 눈에 보이는 모델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