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Biz Focus / 2018-08-17 / [기사 전문 보기]
ERP·오피스 등 기업 IT솔루션, 5년내 4000조 시장으로 `빅뱅`…한국엔 아직 글로벌주자 없어
수년내 IT예산 80% 빨아들일 B2B 새 성장동력 클라우드서 韓 유니콘 키울 기회 잡아야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
기업인 중 `전사적 자원 관리(ERP)`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가트너가 1980년대 키워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진 ERP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IT 솔루션이다. 세계 최대 ERP 기업인 독일의 SAP가 만든 프로그램은 전 세계 5만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의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SAP는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ERP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3년 내 전 세계 ERP 업무의 절반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어도비의 PDF 소프트웨어 `어도비 아크로뱃 프로`는 기업은 물론 개인도 거의 매일 쓰고 있다. MS, IBM, 오라클, 시스코, 아마존,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이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제품들은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사용한다. 기업 고객들은 이들 미국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에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휴대전화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한국은 통신이나 IT 인프라스트럭처 측면에서 전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기업 간 거래(B2B)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은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7년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 매출에서 B2B 비중은 72.9%다. 거래 비중 역시 42.5%를 차지한다. 이 통계만 보더라도 B2B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중략…’
시장 규모 자체도 어마어마하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IT 시장 규모는 2000조원으로 추산된다. 향후 5년 내 4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당 분야 선진국인 미국은 이미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생겨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1월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15개 스타트업 가운데 10개가 B2B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이었다. 절반 이상의 미국 벤처캐피털(VC)이 B2B에 투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6년 들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투자는 감소했지만, 미국의 B2B 스타트업 투자는 성장세를 보이며 총 13조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중략…’
한국 기업들에는 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진입조차 하지 못했던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 접근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마크 허드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자사 세미나에서 2025년까지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80%가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IT 예산의 80%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지출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00조원에 달하는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서 클라우드 관리·운영 시장만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 애저(Azure)로 대변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은 여기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AWS와 MS라는 양대산맥이 선점했지만, 이를 관리·운영하는 시장에서는 아직 지배적인 사업자가 없다. 이 시장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나 레전드캐피털 같은 중국 투자자들은 이미 이 시장에 눈을 돌려 유망주들을 찾고 있다. B2B 엔터프라이즈 IT에 4차 산업혁명의 답이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을 위한 기회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