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 2019-03-14 / 신현규 기자 / [기사 전문 보기]
베스핀글로벌, 페트로차이나 IT 사업 수주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 등
탄탄한 납품실적 인정받아
해외개척 나선 이한주 대표
“4000조원 클라우드 시장
韓 유망 스타트업 키우려면
무작정 정부예산 쏟기보다
제품구매로 실적 쌓아줘야”
매출 3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 페트로차이나의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사업을 국내 스타트업이 따냈다.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은 페트로차이나뿐만 아니라 에어차이나 인민일보 등 다른 중국 대형 국영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전자정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바꾸는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특히 이런 해외 대형사업 수주의 배경에는 삼성전자, 한국전자정부 등의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시킨 실적이 바탕이 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12일 국내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공동창업자(47·사진)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기업들이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사업을 따냈다”며 “이는 한국에서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의 사업을 수주한 레퍼런스(Reference)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대기업이 투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구매해 주면서 실적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레퍼런스 빌딩이 이뤄진다면 한국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B2B IT 회사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2벤처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무분별한 예산투입보다 정부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의 제품을 활용하면서 실적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스핀글로벌은 페트로차이나 외에 에어차이나 인민일보 등의 IT 시스템 클라우드화 프로젝트도 따냈고 현재 다른 중국 대형 국영기업의 프로젝트 역시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들이 기존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5000억원을 넘었다. 매출 성장이 가파르기 때문에 조만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등극이 유력하다. 850명의 인력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채용됐다.
이처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 회사의 고객인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전환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제 클라우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예를 들어 애플, 화웨이가 클라우드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SW를 써서 고객들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영업전략을 바꿔나가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자사 전산시스템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쿠팡은 하루에 200번 내부 프로그램을 고치고 아마존은 1초마다 시스템을 바꾼다”며 “한국의 은행들은 5년마다 한 번씩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이대로라면 경쟁이 될 수가 없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그때그때 알맞게 구입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Y2K 사태 때 기업들이 갖고 있던 연도시스템을 두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로 바꾸는 데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됐고 그 결과 인도에서 현재 시가총액 45조원가량인 `인포시스`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Y2K에 비해 훨씬 많은 자원들이 투입돼야 한다”며 “인포시스 같은 회사들이 수천 개 나와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어느 산업을 봐도 수요가 공급을 이렇게 압도하는 분야는 없다”며 “지난해 30조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아마존 AWS가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기업용 IT 시장이 40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중에서 2000조원은 베스핀글로벌 같은 IT 시스템 서비스 회사가 가져갈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이처럼 성장세가 가파른 전 세계 B2B IT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강점을 가질 요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베스핀글로벌이 페트로차이나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한 것이 그 증거다. 중동 시추작업에 수반되는 각종 위험들을 시뮬레이션하려면 두바이-중국 모두에 있는 기존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한 실적이 있는 베스핀글로벌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같은 스토리가 사우디전자정부 사업에서도 벌어졌다. 베스핀글로벌은 한국 행정안전부가 하고 있는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했는데, 이 실적을 본 사우디전자정부 측이 베스핀글로벌을 초청한 것이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시장을 어떻게 뚫느냐고 하는데 이렇게 뚫으면 뚫린다”고 말했다.
결국 베스핀글로벌은 글로벌 IT 분석기관인 가트너로부터도 3년 연속 매직 쿼드런트(기술 우수기업 20위)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 대표는 “1000여 개 기업이 응모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약 6개월 동안 우리의 서비스에 대해 엄정한 정량적, 정성적 심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시카고대학교 생물학과를 나와 `호스트웨이`라는 인터넷 인프라 회사를 창업해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12년 스파크랩스라는 스타트업 투자펀드를 공동창업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