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 2018-11-18 / 안경애 기자 / [기사 전문 보기]
불모지 국내시장서 성장한 토종 IT기업
“5년후 매출 1조이상·6000명 규모 목표”
세계시장 톱10 도전하는 ‘베스핀글로벌’
창업 3년만에 직원 700명, 매출 1000억원을 뛰어넘은 토종 IT기업이 있다. 그것도 그동안 불모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다. 꾸는 꿈은 훨씬 크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사진)는 “4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엔터프라이즈IT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국내 기업이 없는데 베스핀글로벌이 해내겠다”고 말했다.
목표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이 회사는 가트너 매직쿼드런트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분야 세계 톱20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 기업이다.
이한주 대표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이제 시작이니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라면서 “내년이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갑자기 IT시장에 뛰어든 신인이 아니다. 중학생 때 IT 본토인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까지 졸업한 후 1998년 친구들과 웹호스팅 회사인 호스트웨이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그러다 2013년 약 3400억원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 대표는 “당시 클라우드가 IT시장 전체를 바꿀 것임을 직감했다”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맞장 뜨려면 1년에 수조는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특화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고 자란 한국에서 다시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절대적 강자가 없는 MSP 시장에 회사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재 직원이 680명이고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내년 직원 2000명, 매출 5000억원을 기록하는 데 이어 5년 후 직원 5000~6000명, 매출 1조 이상, 클라우드 산업 글로벌 10위권 기업으로 자리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략…’
이한주 대표는 “이제 거의 모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클라우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금융·제조·화학·마케팅·공공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국내 대표 대기업들을 대부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주요 게임회사와 스타트업들도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국내 고객사는 260개에 달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중국은 알리바바 같은 클라우드 회사가 있지만 기업들의 클라우드 운영을 돕는 MSP 기업은 이렇다 할 만한 곳이 없다. 베스핀글로벌은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일찍이 법인을 설립, 220명의 직원과 140개 고객을 뒀다. 직원과 고객수가 국내의 절반 규모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자사 IT시스템과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해 최적의 시스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멀티클라우드 거버넌스와 서비스 관리를 가능케 하는 툴인 ‘옵스나우’가 핵심 솔루션이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고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자체 IT시스템을 클라우드와 연계하려는 수요도 많다”면서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궁극적 지향점은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다. 지금 서비스 사업을 하는 이유는 시장을 키워 플랫폼 사업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시장이 충분히 커지면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아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지금 인프라서비스(IaaS) 통합관리에 초점을 둔 옵스나우는 앞으로 플랫폼서비스(PaaS), SW서비스(SaaS)로 확장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특히 의미 있는 고객사례로 아모레퍼시픽과 중국 인민일보를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한국IBM에 전체 IT시스템 운영을 아웃소싱하다가 클라우드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이 사드 사태 등으로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 마케팅 수준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도입을 진두지휘했다. 베스핀글로벌은 컨설팅부터 구현까지 맡아 진행한 데 이어 클라우드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국영기업임에도 중국 회사가 아닌 베스핀글로벌 서비스를 도입했다. 에어차이나도 베스핀글로벌의 고객사다.
이 대표의 비전은 엔터프라이즈IT 시장에서 과거에 없던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동안 주로 해외 솔루션을 가져다 쓰는 데 그쳤는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매출을 이뤄내는 세계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략…’
그는 “기술력이 있고 상상만 좀 다르게 하면 충분히 큰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 특히 MSP는 새로운 시장이고 기존 강자가 없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프라이즈IT에서 아마존, 구글, MS와 직접 경쟁은 힘들더라도 틈새 시장만 해도 몇백조 규모이고, 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10개 기업만 나와도 대한민국이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IT기업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하지만 회사는 다른 접근법으로 극복하고 있다. 완성된 클라우드 전문가를 뽑는 게 아니라 IT인력을 채용해 6개월~1년간 교육하는 것.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출신들도 베스핀글로벌의 문을 두드린다. 이 대표는 “6개월~1년 교육기간의 인건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클라우드인력 사관학교’가 되도 좋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키워낸 인재들과는 매달 한번 ‘올투게더 미팅’을 갖고 회사 상황과 비전을 공유한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배우고 실행하고 공유하자'(learn·do·share)는 것. 올투게더 미팅은 공유의 일환이다.
‘중략…’
좋은 사람들이 계속 발전해 가며 남아있으면 그게 회사의 경쟁력이고, 그들이 나가서 산업발전에 기여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뿐 아니라 기업도 키운다. 이 대표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와 자문을 병행하는 벤처투자사인 스파크랩과 공유오피스 기업인 스파크플러스도 설립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SaaS 기업에도 투자했다.
“우리의 미션은 고객의 클라우드 도입을 돕는 것인데 이 분야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SaaS만 해도 매우 다양한데 자금이나 협력 대상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 우리가 투자, 인수,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투자한 기업은 공유오피스에서 함께 호흡하고 시장에서 협업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국내 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이들과 함께 크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