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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AI: 실무자가 알아야 할 ‘양자컴퓨팅’ 기본 정리
올해가 UN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IYQ)’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는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선포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먼 미래의 기술로만 여겨졌던 양자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양자역학이란 고전역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미시 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적 개념으로 주요 특징은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입니다. 중첩은 측정 전까지 두 개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동전 던지기에서 동전이 앞면이면서 동시에 뒷면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얽힘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상태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섞은 카드를 나누어도 내 카드만 뒤집어보면 상대의 카드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결합되면, 전통적인 컴퓨터와 전혀 다른 방식의 정보처리가 가능해지는데요. 이 원리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하고, 떨어진 정보까지 즉시 연결할 수 있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도 빠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맥킨지는 양자 기술의 붐을 전망하며 주요 활용 분야로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을 꼽았습니다. 이 세 개 분야는 2035년까지 최대 9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양자 컴퓨팅은 2024년 40억 달러에서 2035년 720억 달러로 확대되어, 화학·생명 과학·금융·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했습니다. IBM도 양자 컴퓨팅 시장이 2035년 1조 3천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양자 컴퓨팅’ 어떻게 다를까?
양자 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특성과 원리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라면, 양자 컴퓨팅은 이를 이용한 연산 방법론입니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0과 1 두 가지 상태만 표현하는 2진법 비트를 기반하는 것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중첩 특성을 지난 큐비트(Quantum Bit)를 활용해 여러 상태를 동시에 표현하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큐비트 간의 얽힘 현상 덕분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태가 연결되어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는 양자컴퓨팅의 장점이 특히 효과적인 분야로 ▲의사결정 최적화 ▲샘플링 및 시뮬레이션 ▲머신러닝을 꼽습니다. 이들은 모두 ‘반복 연산’이 핵심인데요. 기존 방식으로는 경우의 수를 하나씩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팅은 동시에 수많은 조합을 탐색할 수 있어 비즈니스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크게 강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되고 있는데요.
IBM 역시 양자컴퓨팅이 변수가 복잡한 특정 문제 해결에 특화되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분자 행동과 생화학 반응을 미세 단위로 시뮬레이션해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화학∙에너지 분야에서는 석유화학 대체 촉매 개발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연구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AI와 머신러닝에서도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문제 해결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물류 공급망 최적화나 기후 예측 등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이 얽힌 영역에서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됩니다. 또한 반도체 개발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양자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기술 동향을 넘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업에 접목할 수 있을지’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열해지는 양자 기술 경쟁
글로벌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양자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말 양자 컴퓨팅칩 ‘윌로우(Willow)’를 공개했는데요. 이를 통해 기존 슈퍼 컴퓨터로는 10자(十秭)년 걸리는 수학 연산을 단 5분만에 해결하며 기술력과 양자 우위 실현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었습니다.
IBM은 인프라 확장과 생태계 주도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 6개의 양자 컴퓨팅 센터를 운영 중이며, 156큐비트 헤론(Heron) 양자 프로세서를 탑재한 양자 컴퓨터를 인도 아마라바티에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AMD와 협력해 양자 시스템과 고성능 하드웨어를 결합한 새로운 아키텍처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컴퓨팅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양자 컴퓨팅칩 ‘오셀롯(Ocelot)’을 공개하며 양자 오류 정정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요나라 1(Majorana 1)’을 발표하며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산업 규모 양자 컴퓨팅 프로젝트 ‘US2QC’ 프로그램 최종 단계 진입 기업으로 인정 받는 등 공공과 국방 영역에서 신뢰도를 확보했습니다.
연구 인프라 확충과 투자 유치도 활발합니다. 엔비디아는 보스턴에 양자 연구 실험실을 설립 중이며, 유럽 IQM은 회사 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3억 2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 밖에도 퀀티넘, 디웨이브(D-wave) 등 비상장 양자 컴퓨팅 기업들도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베스핀글로벌 역시, AI 시대 이후 다가올 양자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양자컴퓨팅 기업 노르마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번 협약은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실행하고, 실제 양자 컴퓨터와 시뮬레이터 사용을 지원하는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것입니다. 노르마는 신약 개발용 양자 알고리즘을 엔비디아 GPU 플랫폼 ‘쿠다큐’에 실행해 기존 대비 73배 빠른 성능을 입증한 기업으로, 베스핀글로벌과의 협력이 기대됩니다.
엔비디아의 젠슨황은 비바테크놀로지 및 GTC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양자 컴퓨팅이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며 실용화 가능성이 한층 가까워졌음을 시사했습니다. 동시에 보안 리스크에 대한 논의도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현재의 암호화폐 체계가 양자 연산 앞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업계는 이를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기술을 준비 중입니다.
다가올 양자 컴퓨팅 시대, 우리는?
AI 이후 양자 컴퓨팅 경쟁이 예상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QI)를 발표했고, 올해 4월에는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양자벤치마킹 이니셔티브(QBI) 프로젝트 1단계 참여 기업 15곳을 공개했죠. 중국은 2016년에 세계 최초 양자위성 ‘묵자호’ 발사에 성공했고 작년 12월에는 504큐비트 양자칩 샤오훙을 탑재한 양자 컴퓨터 ‘톈옌504’를 공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뒤쳐지지 않게 위해 노력 중인데요. 9월 초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양자과학기술플래그십프로젝트 예산이 기존 98억에서 5배 증가한 500억으로 증액되었습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이달에 양자칩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의 연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초의 설계, 제조시설 양자팹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AI가 그러했듯, 양자 역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문제는 ‘언제가 될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까’가 아닐까요? 오늘의 베스픽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FAQ
Q1)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와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 비트를 사용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을 활용한 큐비트(Quantum Bit)를 통해 여러 상태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수십억 년이 걸릴 문제도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Q2) 양자컴퓨팅은 어떤 산업에 활용될 수 있나요?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 화학 촉매 연구, 탄소 저감, 금융 리스크 분석, 물류 공급망 최적화, 기후 예측 등 복잡한 연산과 변수가 얽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Q3) 글로벌 기업들은 양자컴퓨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구글은 양자칩 ‘윌로우’를, 아마존은 ‘오셀롯’을 공개하며 기술 우위를 강화하고 있으며, IBM은 글로벌 양자 센터 확장과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공·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Q4)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팅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요?
네. 과기부는 양자플래그십 프로젝트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양자칩 설계부터 제조까지 가능한 ‘양자팹’이 구축되어 국내 연구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Q5) 기업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기업은 ‘언제가 될까’보다 ‘어떻게 준비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양자 알고리즘 연구,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적용, 클라우드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 활용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