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도-와-드-릴-까-요”
‘AI 목소리’ 하면 더 이상 이런 딱딱한 기계음이 생각나지 않는데요. 이제 음성 AI 기술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말투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삶의 편의를 높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음성 AI 시장 현황과 어떤 산업군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Market.us에 따르면 음성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2024년 24억 달러에서 2034년 약 475억 달러(우리 돈 약 66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10년 만에 20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인데요.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34.8%에 달합니다.

투자 시장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CB Insights는 지난해 음성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지분 투자 규모가 21억 달러라고 밝혔는데요. 2023년(2.64억 달러)과 비교해 약 8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PI 시장의 성장세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어려운 음성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자사 서비스에 손쉽게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기 때문인데요. Allied Market Research는 음성-텍스트 변환 API 시장이 앞으로 2034년까지 매년 15%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음성 AI가 특정 기업만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죠.

음성 AI 활용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은 바로 금융입니다. 지난해 음성 AI 시장 점유율 32.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글로벌 주요 금융 기업은 발빠르게 음성 AI 기술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는데요.

Bank of America의 AI 가상 비서 Erica가 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출시 이후 2024년까지 4,20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8억 건의 문의에 응답해 온 Erica는 계좌 잔액 확인, 계좌 간 송금, 거래 내역 검색, 상담 예약을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대형 은행인 NatWest의 생성형 AI 비서 Cora는 2024년 1,200~1,400만 건의 대화를 처리했는데 이는 은행 콜센터와 지점 모두에서 처리한 고객 상담 숫자와 거의 동일하다고 해요.

미국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WellsFargo의 AI 비서 Fargo는 2024년 연간 2억 4,540만 건의 상호 작용을 처리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치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해요. 음성이나 문자만으로 계좌 이체, 공과금 납부, 거래 내역 확인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Fargo는 보안 구조에도 신경을 썼는데요. 이름이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정보는 먼저 은행 내부 시스템에서 스크러빙 과정을 거치고 이어 토큰화 기술로 대체 값으로 변환됩니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친 뒤에야 구글의 AI 모델이 고객의 의도를 분석하고 답변을 생성하죠. 덕분에 중요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직접 노출될 위험이 없다고 하네요.

금융 보안 분야에서도 음성 AI 기술이 활용됩니다. Citibank는 고객센터 상담 시 음성으로 본인 인증을 처리해 평균 인증 시간을 45초 이상 단축하며 고객 경험과 보안을 동시에 개선했고요. HSBC UK는 음성 인증을 통해 약 2억 4,900만 파운드 상당의 사기 거래를 예방했다고 합니다.

물류·유통 업계에서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DHL은 물류·우편 부문에서 음성 AI 솔루션을 도입해 매달 100만 건 이상의 전화를 처리하고, 이 중 절반을 직원 개입 없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문의를 줄여 상담 인력이 더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음성 AI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현장의 업무 효율과 인력 재배치를 동시에 지원하는 조력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물류 현장에서 음성 솔루션 활용 시 피킹(Picking, 집품) 속도를 최대 30%까지 향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 모자 제조 업체 Dorfman Pacific은 수천 종의 상품을 다루는 창고 운영에서 인력 부족과 주문 지연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해결책으로 음성 기반 솔루션을 도입했는데요. 이제 종이 리스트 대신 “B-12 위치로 이동해 5개의 품목을 집품하세요”라는 AI의 안내를 듣고 그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그 결과 피킹 정확도는 99%에 달했고, 불과 6개월 만에 투자 대비 수익(ROI)을 달성했습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인력 문제와 비용 문제까지 함께 해결한 사례입니다.

유통 현장에서도 음성 AI는 소비자 경험을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Walmart는 AI 음성 쇼핑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이 매장에서 “라면은 어느 통로에 있나요?”라고 물으면 바로 안내해주고, 온라인에서는 “오렌지 주스와 달걀을 장바구니에 담아줘”라는 음성 명령만으로 쇼핑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과거 구매 이력을 반영해 선호 브랜드까지 추천해주는 기능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 결과 고객 만족도가 38%나 상승했습니다.

음성 AI는 이제 산업 현장을 넘어 우리 일상의 풍경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는 진료 중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전자의무기록(EHR)에 자동 반영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Nuance Dragon Medical One 등의 솔루션이 의사가 환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만으로 차트 작성이 완료되도록 지원합니다.

미국의 Wendy’s, McDonald’s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도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음성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이 차량에서 직접 메뉴를 말하면 AI가 주문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백 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정확도가 꾸준히 개선되며 매장 회전율과 고객 만족도도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베스핀글로벌은 최근 AI 기반 음성 주문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적용한 결과, 부품만 해도 17만 종, 정비업체는 8만 곳이 넘다 보니 상담원과 주문 과정에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AI 솔루션을 도입한 후 음성이 자동으로 인식·처리되면서 오류가 크게 줄었고, 24시간 주문이 가능해져 비용 절감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존 전화망에서도 별도 장비 없이 바로 쓸 수 있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내장돼 있어 현장 적용성이 높습니다.

음성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현장의 문제를 풀어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상담 시간을 줄이고, △물류센터에서는 집품 속도를 높이며, △외식업에서는 주문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죠. 앞으로도 음성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효율성·고객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는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